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현지시각) 아침 텔레그램 채널에 “밤사이 러시아 영토 내 중요한 목표물들이 타격받았다. 여기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석유 터미널이 포함된다”며 “(상트페테르부르크 앞바다 섬의) 크론슈타트 기지 군사 목표물들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 공격으로 크론슈타트에 정박해 있던 러시아 발트함대 초계함 ‘보이키’호가 손상됐다. 주거 단지에서도 여러명이 다치고 도시 기반시설 일부가 손상됐다고 시 당국이 확인했다.
세르히 스테르넨코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보좌관은 “우크라이나의 타격에 이어, 멋진 검은색 연기 기둥을 배경으로 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이 개막하고 있다”고 조롱했다.
국제경제포럼은 러시아가 매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여는 경제 회의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등 선진국 정상들이 찾아 ‘러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렸다. 올해는 130개국에서 총 2만여명이 온다. 푸틴 대통령은 5일 기조연설을 하는 등 회의장을 직접 찾을 예정이다.
우크라이나는 이 행사를 자신들의 장거리 타격 능력을 내보일 기회로 본다. 국경에서 1100㎞ 떨어진 이곳까지 드론을 발사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이 불리하지 않음을 과시하고, 러시아가 공들인 행사를 방해하려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의 공습에 보복하려는 의도도 있다. 지난 1∼2일 러시아군이 750대 이상의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폭격해 어린이 등 23명이 숨진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는 이것(상트페테르부르크 공습)이 정당한 공격이라고 본다”며 “그들이 우리를 향해 드론·미사일을 쓰면 우리도 똑같이 한다는 점을 그들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역공을 환영했다. 뤼터 총장은 “우크라이나가 전선에서뿐 아니라, 러시아가 전쟁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을 무력화하는 데서도 점점 많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우크라이나 공격이 크렘린을 겁먹게 했다고 거들었다.